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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 전하는 냥_심 ; 냥의 마음들

[책읽냥#2_이금이의 <알로하, 나의 엄마들>] : 서핑 하는 여자들 본문

책읽냥

[책읽냥#2_이금이의 <알로하, 나의 엄마들>] : 서핑 하는 여자들

냥심 2020. 4. 5. 14:50

창비 사전 서평단에 선정되어 받은 특별 가제본이에요-! 이런 원고 같은 책은 처음 받아봐서,, 더욱 감동 !!

 

 보는 내내 위태위태하다. 외줄을 타던 줄꾼의 가는 발끝이 미끄러진다. “아이쿠!” 지켜보던 관객들이 외마디 비명 같은 감탄을 내지른다. 줄에서 추락하나 싶던 줄꾼은 그런 관객의 마음을 놀려 주겠다는 듯 외줄을 껑충껑충 뛰어다닌다. 그것도 아주 자유롭게.

 

 

  <알로하, 나의 엄마들>의 책장을 넘길 때마다 나의 마음은 사당패의 줄타기 공연을 지켜보는 관객들의 마음과 다를 바 없었다. 유토피아를 꿈꾸고 포와(하와이)로 나아가는 세 여자들의 들뜬 마음들도, 태완이 중국으로 가버리지 않고 하와이에 붙어있는 것이 어디냐고 안심하는 버들의 스스로를 향한 위로도, 편안한 직장이었던 롭슨 저택을 놓치고 싶지 않던 욕심까지도. 그 순수한 마음들 다음에는 어떤 불행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봐 보는 이의 심정이 더 조마조마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실제로 고비를 마주했을 때, 무너질 것 같은 그녀들은 흔들리지만 단단하게 삶을 살아낸다. 보는 이의 조그맣게 되어버린 간을 우습게 만들어버린다. 그렇지만 보는 이는 그 비웃음마저 대견하고 감동스럽다.

 

 

  이 책은 히스토리가 아닌 허스토리(Herstory)이다. 하와이 사탕 수수밭에서 소작농으로 일하는 남성의 이야기는 들어본 적 있으나, 그들에게 시집가는 조선인 사진신부의 이야기는 처음이었다. 전선은 아닐지라도 한 발짝 물러선 곳에서, 먹고 살기에도 급급한 부녀자들이 돈을 쪼개어 독립운동을 지원한다. 이들에게 조명을 비추어 준다는 점에서 이 책은 역사책이 잊고 있었던 여성들의 모습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다.

 

 

  그리고 이 책은 종횡적 여성 서사를 그려낸다. 윤씨, 버들, 펄로 이어지는 종적 구조, 다시 버들을 중심으로 홍주, 버들, 송화로 펼쳐지는 횡적 구조는 당시 조선에서, 그리고 하와이에서 여성의 삶의 애환을 절절하게 보여주는 좋은 장치라고 할 수 있다. 종횡적 여성 서사는 독자로 하여금 자연스레 자신의 이야기를 떠올려보게 만든다. 강간과 다름없는 관계로 결혼생활까지 이어온 외할머니, 출산과 육아로 인해 10년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엄마, 그리고 N번방 사건을 마주하고 있는 90년대 생인 나까지. 그리고 다시 나는 나를 중심으로 같은 시대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여성 동지, 친구들을 떠올려본다. 대학이라는 공간에서 여학생이, 이 시대에서 20대 여성이 어떤 어려움을 마주하고 있는지를 생각해본다. 책 속 시대상과 지금은 분명 다르지만, 닮아 있는 모습들에 눈물을 닦지 않을 수 없었다.

 

 

 삶이 나를 고통의 궁지로 몰아넣을 때, 그 구석에서 삶의 무게를 오롯이 느끼며 절대 이겨내지 못할 것만 같은 무력감을 가끔 느낀다. 고통과 무력감이 썰물로 한 움큼 빠져나가면 배르벨 바르데츠키의 <따귀 맞은 영혼>에서의 파도를 막을 수는 없지. 하지만 파도타기를 배울 수는 있잖니라는 구절을 떠올려본다. 인간이 한 치 앞을 모를 만큼 어리석다고는 하나, 하나의 고통이 지나면 형체 모를 다음 고통이 또 닥쳐올 것을 나는 안다. 인생의 파도가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안다. 이 책은 파도를 마주하고 있다면 서핑을 배우면 된다. 두려운 외줄타기를 즐기면 된다.” 라고 일러주는 듯하다. 파도 앞에서 버들과, 펄과, 홍주. 송화를 떠올린다. 그리고 나의 엄마들, 나의 친구들을 떠올려본다. 그들은 나에게 서핑을 가르쳐 줄 수도, 파도에 휩쓸린 나를 구해줄 수도 있을 것이다. 나 또한 그들에게 그런 사람이 되어주고 싶은 마음을 생각해본다.

 

 

 가슴 아픈 이야기를 담은 책이건만, 책의 전체를 하나의 캔버스에 담아내라고 한다면 산호색의 노을을 담은 하늘과 새파란 바다에서 서핑을 하는 이들을 그린 수채화만이 제격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와이의 석양 아래 서핑을 잔뜩 즐기고 온, 서로의 거친 손을 굳게 맞잡은, 단단한 여성들의 모습을 상상 속 캔버스에 그려본다.

 

버들이 책 중 가장 단단하다고 느낀 대목.
제 글의 제목 '서핑 하는 여자들'을 떠올리게 된 대목입니다. 하핫

 

 

---잡담---

창비 사전서평단에 정말 아무 기대 없이 신청했다가 선정되었는데요..!

책 표지도, 작가의 말도 아무 것도 없는 이런 원고 같은 깔끔한 책은 처음 받아 보았습니다!

출간 전 도서였어서, 작가가 누군지 알지도 못했는데,

방금 검색해보니 (진짜로 포스팅 하기 1분 전) 이금이 작가님이셨더라구요..!

그런 대 작가님 책을 한낱 제가 비평하다닛,, 넘나 하찮은 것 ㅋㅎ...

사전 서평단이라면 왠지 책 홍보를 잔뜩 해주어야 할 것 같았는데 그러지 못한 것 같아 머쓱하네염

하지만 정말정말 재밌었습니다! 올해가 별로 지나진 않았지만 올해 읽은 소설 중 가장 여운이 깊은 소설이었어욤

모두에게 추천합니다요!

 

그리고 저... 티스토리는 처음이라... 저에게 친구 신청 걸어주세요 흑흑

함께 소통해요 ㅠㅅ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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