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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 전하는 냥_심 ; 냥의 마음들

[책읽냥#1_최인철의 <프레임>] : 겸(謙)과 단 ‘한 사람’을 새기며 본문

책읽냥

[책읽냥#1_최인철의 <프레임>] : 겸(謙)과 단 ‘한 사람’을 새기며

냥심 2020. 4. 1. 21:07

 

 

 아주 어릴 적, 영화 <트루먼 쇼>를 보고 며칠 동안이나 내 주변도 전부 가짜가 아닌지 의심하며 무서워했던 때가 떠오른다. 내가 먹고 있는 것, 내가 사는 곳, 내가 보고 배운 것, 어쩌면 나의 가족까지 가짜일지도 모른다는 오싹한 의심. 엄마의 옷자락을 물어보고 싶었다. “혹시 당신도...?”

 

  이 책, <프레임>을 덮고 나서 이 영화를 떠올린 것은 그저 우연은 아닐 것이다. 우리가 두 발을 붙이고 살고 있는 이 세상은 어쩌면 <트루먼 쇼>만큼 가짜는 아니더라도, 프레임에 의해 왜곡되어 보이는 곳일 수는 있다. 그래서 저자는, 당신이 믿고 있는 모든 지식을 진리로 여기지 말고, 당신이 느끼는 모든 감정을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말라고 조언한다.

 

  본 책에서 주로 다루는 프레임, 심리학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창을 일컫는다. 어떤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 세상을 관조하는 사고방식, 세상에 대한 비유, 사람들에 대한 고정관념 등이 모두 여기에 속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 인지하지는 못하지만, 이 프레임이라는 녀석이 작동하면 우리는 얻고 싶은 것을 더 쉽게 얻을 수도 있고, 타인을 쉽게 설득할 수도 있고, 나와 내 주변을 보다 행복하게 할 수도 있다. 놀랍게도 더 똑똑한 소비자가 될 수 있기도 하다. 이 책은 이러한 프레임의 작동방식을 다양한 사례와 심리학 실험을 통해 설명한다. 재미있는 사례들과 의외의 반전을 담은 실험 결과들은 책장이 술술 넘어가게 하였다.

 

  그 중에서도 인상적이었던 두 가지 에피소드를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첫번째는 자기 중심성이다. 두 명의 피실험자들이 한 조가 되어 상대방이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려 연주하는 노래 제목을 알아맞히게 하는 실험이다. 연주자는 상대에게 곡명을 알려줄 수도, 흥얼거릴 수도 없다. 그렇기에 상대는 그야말로 책상의 뚱땅거림으로 연주자 마음속에 사는 오케스트라의 노래 이름을 맞혀야 하는 것이다. 연주자 입장에서는 이걸 왜 몰라?’ 라고 생각할 지는 몰라도, 맞히는 입장에서는 그저 생소한 박자의 둔탁한 음에 불과하기 때문에 참으로 어려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실험 결과, 연주자는 자신의 손가락 연주를 듣고 노래 제목을 맞힐 확률이 최소한 50%는 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청자가 제목을 맞힌 비율은 2.5%에 불과했다. 이렇듯 자기 자신이 세상을 바라보는 창구는 언제나 우선되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 프레임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자기 중심적으로 변화시켜 버리기 때문에, 우리는 항상 이 사실을 명심해야 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로 소개하고 싶은 실험은, 이미 많은 이들에게 알려진 솔로몬 애쉬의 선분 실험이다. 이 실험은 사회의 동조효과를 알아보기 위한 것인데, 1번 선과 2번 선 중 실제로 2번 선이 더 길다 하더라도 타인, 혹은 집단이 1번 선이 더 길다고 주장하면, 피실험자도 집단의 의견에 순응하기 위해 1번 선이 더 길다고 응답하는 실험 결과를 가진다. 다수에 동조하지 않고 자신의 소신을 지키는 이는 25%, 한 번이라도 다수를 따라간 사람은 무려 75%였다. 그런데, 이 실험 결과에 아주 중요한 변수가 생기게 되는데, 바로 단 한 사람의 동료이다. 피실험자의 의견에 단 한사람의 동조자가 생긴다면, 정답률이 100%에 가깝게 회복된다. 사람이 소신을 항상 지키고 사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나, 한 사람의 동지는 그렇게 나약한 인간을 강하게 만든다. 하나의 정답에서 다양한 답안을 만들어 낸다.

 

  두 이야기를 읽고 ()’과 단 한 사람을 떠올려본다. 여기서 ()’은 한자 겸손할 겸을 말한다. 요즘 사람들이 잊고 있는 미덕 중 하나가 ‘겸()’이 아닌가 싶다. 우리는 조금 더 겸손하고, 겸허해질 필요가 있다.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색의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렇기에 당신과 내가 바라보는 세상이 다르고, 같은 지식, 같은 말을 받아들이더라도 우리 내부의 프레임은 서로 다르게 작동한다. 우리는 서로 다른 색의 선글라스만 끼고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선글라스를 끼고 서 있는 위치는 모두 다르다. 그곳은 조금 더 높거나 낮을 수도 있고, 평탄하거나 험난한 곳일 수 있다. 낮은 위치에서 만이 당신의 발바닥을 바라볼 수 있다. 가시밭길에서 봐야 반대편이 꽃밭인지 알 수 있다.

 

 이 사실 먼저 겸허하게 받아들여보자. 무엇이 달라지는가? 당신이 당연하게 여겼던 사실이 진리가 아닐 수 있다. 모두가 천동설을 당연하게 믿었던 그 시절처럼 말이다. 그러니 조금 더 겸손 해져 보자. 타인이 그게 사실이 아니야!”라고 일깨워주는 말에 먼저 울컥하거나 무시하지 말자. 당신이 서 있는 위치는 나이가, 돈이, 성별이, 장애가, 인종이, 학력이, 그 어떤 것이 부여한 것일 수 있다. 그러니, 당신이 서 있는 위치로 인해 미처 보지 못했던 것을 누군가 일러준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여보자. 당신의 선글라스의 존재를, 당연하게 여겼던 당신이 서 있는 위치를 인정하기 전과 후의 당신의 반응은 꽤나 다를 지도 모른다.

 

  다시 <트루먼 쇼>를 떠올려본다. 트루먼 쇼의 세계관을 창조한, 감독 크리스토프는 주인공 트루먼이 살고 있는 세트장 밖 세상도 거짓말투성이니, 그곳이 더 천국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경직된 자기 프레임에 빠진 크리스토프가 트루먼을 상대로 한 사기극에 대해 늘어놓는 변명이다. 누군가 크리스토프에게 그런 짓을 그만두라고 했더라면, 트루먼은 조금 더 빨리 세트장에서 나올 수 있었을까? 한편, 트루먼이 진짜 세상으로 나올 수 있게 해준 사람 또한 단 한 사람의 동지다. 모든 것이 인 것을 알려준 트루먼의 첫사랑 실비아가 그 동지가 되는데, 인간의 자유의지가 아무리 대단하다 한들, 동지 실비아가 없었더라면, 그는 하늘 무늬 벽지를 뚫고 나올 수 있었을까? 그렇기에 책 <프레임>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그리고 <트루먼 쇼>에 대한 회상을 마치며 마음 속에 두 가지를 새겨 본다. ‘겸()’과 단한 사람’. 누군가에게 나도 그 단 한 사람이 될 수 있길, 나는 항상 선글라스를 끼고 있으니 항상 겸손한 마음을 가지기를.

 

 

 

--------잡담----------

첫 서평 글이 심리학 책일 줄은,,! 저도 상상 못했습니다 핫

독서모임 때문에 꾸역꾸역 읽은 책이지만, 그나마 최근에 적은 글이라 올려보아요-!

가볍고 재미있게 읽기 좋은 책이랍니다.

'마음 먹기 나름' 이라는 메시지를 주는 책인 것 같아요.

심리학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네요.

 

그럼 다음 글로 또 찾아뵐게요!

그때까지 모두 건강하시길.

 

-냥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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