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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 전하는 냥_심 ; 냥의 마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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냥심 2020. 6. 11. 23:23


가만 보니 삶은 롤러코스터다.
어릴 적 나는 뭣도 모르고 백석의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이라는 시를 좋아했다.
그 시에는 이런 구절이 나오는데,

“이때 나는 내 뜻이며 힘으로, 나를 이끌어 가는 것이 힘든 일인 것을 생각하고, 이것들보다 더 크고, 높은 것이 있어서, 나를 마음대로 굴려 가는 것을 생각하는 것인데,”

나를 마음대로 굴려 가는 운명에 굴복하는 인간이 나약해보였다. 운명이란 인간이 개척해나가는 어떤 것이지, 나를 굴려가는 다람쥐통 같은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길지 않은 생을 이어가며 나의 삶을 가만히 바라보니, 그것은 롤러코스터와 다를 바 없었다.
크고 높고 힘센 무언가가 나를 마음대로 굴려가는데, 내가 어찌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

아, 나약한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그 제멋대로인 열차 안에 타서 어떤 표정을 짓느냐. 그것만은 마음대로 할 수 있다. 누군가는 신나게 웃어제낄 수도, 누군가는 무섭다며 서럽게 울 수도, 누군가는 도중에 그 롤러코스터에서 뛰어내릴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 그 작고 나약한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고작해야 어떤 표정을 지을지,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열차를 탈지 따위인데,
그것에 평생을 바치는 것이 인간이다. 험악한 그 열차에서 뛰어내리지 않고 되도록이면 웃어보려고 평생을 투쟁하는.

내 의사와 관계없이 나는 이미 열차에 올라타 있고, 이 열차에 안전장치 따위가 있는지 불안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바라는 한 가지는
이 거대한 롤러코스터가 이끌어가는 흐름 속에서
갈매나무를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그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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